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여성 1명당 출산율은 1970년의 4.53에서 작년 4분기에 0.65로 떨어졌다. 이는 인구유지 출산율인 2.1은 물론, OECD 평균 출산율 1.58마저도 미치지 못하며,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0보다 낮은 유일한 국가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큰 이유는 국가의 경제발전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시작되기 전 농업경제에서 자녀들은 가족농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일손이고, 부모가 늙으면 부모를 모시므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호 장치의 역할을 한다. 또한 농업경제에서는 자녀들에게 의식주만 마련해 주면 되기 때문에 양육비용이 크지도 않다.

그러나 국가가 발전하면서 자녀들의 경제적 역할은 변한다. 자녀들이 가족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자녀가 좋은 삶을 가지려면 많은 교육비용이 들고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경력이 단절되어 소득의 감소를 감당해야 한다. 또 복지국가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노후보장 역할은 자녀보다는 국가가 맡게 됐고, 오히려 부모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게 됐다. 따라서 과거에는 부모들이 정서적으로 많은 자녀를 원했을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았지만 국가의 경제가 공업과 서비스 위주로 발전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게 됐으며 이러한 현상은 모든 선진국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왜 이렇게 빨리 출산율이 떨어졌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자녀를 키우는 비용이 1인당 소득 기준으로 7.7년어치의 소득이며, 자녀를 키울 때 어머니가 감당해야 하는 평생소득의 감소는 47%로 자녀양육에 따른 비용과 희생은 세계 1, 2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자녀를 키우고 싶다면 이러한 경제적 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 자녀양육으로부터 오는 정서적 기쁨이 늘어야 하겠는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녀와 양육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의 젊은이들의 행복도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그들의 행복도를 상당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부터 공부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으로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놀 시간도 없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또 비싼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희생하는 부모들을 볼 때마다 즐거움보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또 긴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부모님들과 대화할 시간이나 가족생활을 즐길 시간도 부족하다. 이런 어려운 길을 거쳐서 성인이 되어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고, 여유시간이 없고, 삶의 기본도 마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를 키울 생각이 들까? 자녀들과 같이 가족생활을 즐길 시간도 부족할 것 같고, 내가 거친 어려운 삶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녀를 낳을 생각이 들까?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이렇게 빨리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젊은이들이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은 현재 성인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바탕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족의 삶을 보낼 수 없다면 출산율은 회복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바탕뿐만이 아니라 키우고 싶어 하는 정서적인 바탕도 마련해야 하며 이는 성인들과 젊은이들이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분야다. 그러면 이러한 정서적 바탕은 어떻게 마련할까? 어렸을 때 가족생활 및 친구들과 생활을 하면서 미래의 자녀들과 공유하고 싶은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가 자라는 데에 있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어야 나중에 내가 자식을 키울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즉, 내가 자라면서 얻은 좋은 경험들과 기억들을 내 자식들에게도 마련해 주고 공유해 주고 싶어야 자녀를 낳고 키우고 싶은 희망이 생길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청소년들은 경험을 통해 가족들과 친구들 간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 하고 성인들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공부도 중요하고, 부모님들이 가진 희망을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못지않게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부모님과의 일상생활을 최대한 즐기고 기억에 남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족과 친구 간의 생활이 즐거웠으면 자연적으로 나도 부모가 되면 이러한 생활을 내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을 것이고 자녀를 가지고 싶어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청소년들이 어린 시기의 삶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청소년들은 이러한 기회와 경험을 통해 많은 추억과 기억을 쌓아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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