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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손가락 두 개를 펴서 황급히 흔들었다. 제2터미널! 제2터미널! 남편도 전철 안에서 손가락 두 개를 펴고 흔들어 댔다. 우리는 통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두 정거장 가서 내린다는 뜻이었다.그렇게 우린 생이별을 했다. 점입가경은 핸드폰이 먹통인 것. 로밍을 했지만 중국 측에서 막아버리면 먹통이 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핸드폰마저 불통이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나는 부랴부랴 다음 전철을 타고 제2터미널 역에 내렸다. 그러나 남편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캐리어를 끌고 아득한 통로를 헤매고 다녔다.
이달의 착한 나들이
김금래 시인
2024.04.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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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이 호 우진달래 사태진 골에돌 돌 돌, 물 흐르는 소리.제법 귀를 쫑긋듣고 섰던 노루란 놈,열적게 껑청 뛰달아봄이 깜짝 놀란다.산골 봄의 정경을 이토록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첩첩산중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이 동시조의 시적 공간은 "진달래 사태진골 "이다. 진달래가 한꺼번에 피어 사태가 났다고 할 만큼 온 산이 진달래로 뒤덮여 있다. 그런데 그 골짜기에 "돌 돌 돌, 물 흐르는 소리 "가 들린다. 고요한 산골이기에 물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 시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정물화에서
이 달의 시
신현배 아동문학가 · 시인
2024.04.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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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와 과부, 늙은이와 고아부터…환과독고(鰥寡獨孤)- 《맹자(孟子)》 중에서춘추시대의 학자 공자(孔子)가 인(仁)을 강조했다면 전국시대의 학자 맹자(孟子)는 의(義)를 내세웠다. 그렇다고 공자의 인(仁)을 부정하거나 비판한 것은 아니다. 인(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의(義)라고 주장하며 공자의 사상을 보강했다.천지자연과 소통하고 그 이치에 순응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인(仁)이라면 의(義)는 이러한 인(仁)을 인간사회 속에서 실현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뜻한다.요즘 우리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설명한다면 민생을 우선적으로
고전산책
이도환 문학평론가
2024.04.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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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곰툰
정광숙 만화가
2024.04.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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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만드는 것이다. 나는 외국어를 배우면서 꿈이 생겼다. 언젠가 배낭여행을 하리라. 가까운 청도라도 혼자 갈 수 있다면, 가서 바다를 보며 칭다오 맥주라도 마신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 아닌가? 그래서 적금 붓듯 설레며 중국어 공부를 하던 중 기적이 일어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시인의 자격으로 실크로드 답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일행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그의 제자 대학원생 6명(중국인) 그리고 우리 부부와 남편의 친구까지 10명이었다. 동아예술문화산업 발전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삼장법사 발자취를 따라 시안에서
이달의 착한 나들이
김금래 시인
2024.03.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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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네 살구나무정 완 영동네서젤 작은 집분이네 오막살이동네서젤 큰 나무분이네 살구나무밤 사이활짝 펴올라대궐보다 덩그렇다.살구나무는 시골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나무다. 그래서 이호우는 시조 「살구꽃 피는 마을」에서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고 했다. 「분이네 살구나무」는 이런 우리네 고향 마을의 낯익은 풍경을 그린 동시조 작품이다. 그 풍경은 동네에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에서 제일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가 밤 사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려 대궐보다 덩그렇다는 것이다. 정완영 시인은 이 동시
이 달의 시
신현배 아동문학가 · 시인
2024.03.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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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늘 같으면서도 매번 다르다군자이동이이(君子以同而異)- 《주역(周易)》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그를 등용하는 것은 임금이 갖춰야할 첫 번째 능력이다. 특히 유가(儒家)에서는 임금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게 아니라 능력이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그들로 하여금 정치를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기에 더욱 그러하다.이러한 개념은 현대의 정치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통한다. 우리나라의 헌법 1조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전산책
이도환 문학평론가
2024.03.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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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곰툰
한국4-H신문
2024.03.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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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생은 나라에서 백만원 정도 용돈을 받고 학교에서 200킬로 반경은 교통비도 무료지만 대학 진학률은 50프로 미만이라고 한다. 이유는 의사나 기술자나 수입 차이가 크지 않고 직업에 대한 차별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 부모는 오래 공부해서 의사가 되느니 기술자를 원하기도 한다.취직을 하게 되면 실습 기간 중 적성에 맞는지 고민은 없는지 상담까지 해준다니 놀랍지 않은가? 같은 지구별 안에 이런 세상이 있다니! 등록금이 무료인 건 가난한 이들에게도 평등한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유럽은 거의 등
이달의 착한 나들이
김금래 시인
2024.02.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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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박목월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 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나그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박목월의 시 「나그네」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 민족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 가운데 하나가 이 작품이다. 이 시에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물처럼 바람처럼 유유자적하는 나그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강나루, 밀밭 길, 외줄기 길, 술 익는 마을로 이어지는 시적 공간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다우며, 낭만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이 작품은 7·5
이 달의 시
신현배 아동문학가 · 시인
2024.02.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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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논어(論語)》 중에서잘못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판단이다. 잘못을 하고서도 그것이 잘못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개선도 없기 때문이다.마치 손가락을 다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이 없으니 치료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주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어. 계속 이렇게 놓아두면 안 돼”라고 조언해줘도 “괜찮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대충 피를 닦아
고전산책
이도환 문학평론가
2024.01.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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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곰툰
한국4-H신문
2024.01.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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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서재환얄미운 새앙쥐가하늘에도 사나 봐요.낮에는 숨었다가밤만 되면 야금야금둥근 달다 갉아먹고손톱만큼 남겼어요.달의 모양이 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학적인 대답이라면 달이 지구를 공전하면서 태양에 비추는 면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달의 모양이 변하는 까닭은 얄미운 새앙쥐가 하늘에도 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낮에는 숨었다가/밤만 되면 야금야금//둥근 달/다 갉아먹고/손톱만큼 남겼”기에 초승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달에 옥토끼가 산다는 상상은 누구나 하지만, 하늘에 새앙쥐가 살아 밤마다 야금야금 둥근 달
이 달의 시
신현배 아동문학가 · 시인
2024.01.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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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은 베저강을 끼고 무역이 성행했던 국제적인 해상무역 도시다. 일찍이 신성로마제국 때 황제로부터 자치권을 따낸 자유의 도시로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늙어서 일을 못 하는 당나귀를 주인이 가죽 가게에 팔려고 하자 당나귀는 도망을 나와 브레멘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토끼도 못 잡는 늙은 사냥개를 만나고, 손톱이 빠져 쥐도 못 잡는 늙은 고양이를 만나고, 주인에게 잡아 먹힐 뻔한 늙은 수탉을 만나 의기투합해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들의 꿈은 브레멘의 음악대가 되는 것! 해 저물어 배고파 찾아간
이달의 착한 나들이
김금래 시인
2024.01.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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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곰툰
정광숙 만화가
2023.12.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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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무리 중에 우두머리가 없다면 길(吉)하다군룡무수길(群龍無首吉)- 《주역(周易)》 중에서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이다. ‘갑진년’이라고 했을 때 갑(甲)은 간(干)이고 진(辰)은 지(支)다. 동양에서는 10개의 간(干)과 12개의 지(支)가 서로 어우러지며 그 해의 이름으로 정해진다. 10개의 간(干)은 하늘의 움직임을 뜻하고 12개의 지(支)는 땅의 움직임이다. 하늘과 땅이 짝을 지어 이름이 지어진다는 뜻이다.간(干)이 10개인 이유는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성이 수성(水), 금성(金), 화성(火), 목성(木),
고전산책
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12.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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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는 니더작센의 주요 교통 요충지로 주변 도시를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1913년에 완공된 신시청! 중앙에 둥글게 솟아오른 돔의 푸른빛은 이국 여인의 눈동자처럼 신비롭고 건축물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깔의 조화는 오랫동안 내 눈을 사로잡았다.건물 내부엔 하나우 변천사의 모형들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도시의 80%가 파괴된 끔찍한 모습과 현대의 모습을 비교하며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독일은 폐허가 된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자식 앞
이달의 착한 나들이
김금래 시인
2023.12.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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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김금래껍질은손으로 살살 벗겨 주세요속도미리 나눠 놓았어요난칼이 싫거든요.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새콤달콤한 맛과 향긋한 향기, 노란 빛깔일 것이다. 시인은 이런 귤의 일반적인 이미지보다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귤의 다른 특징에 시선을 돌린다. 그것은 귤이 껍질을 벗기기 편리하다는 것과 먹기 쉽게 속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 속에 이런 점을 구체적으로 밝혀 “껍질은/손으로 살살 벗겨 주세요//속도/미리 나눠 놓았어요.” 하고는, 마지막 연에 “난/칼이 싫거든요.”라고 진술한다. 칼은 우리 생활
이 달의 시
신현배 아동문학가 · 시인
2023.12.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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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곰툰
정광숙 만화가
2023.11.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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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도 한가하게 보내지 말라물사유아경한도(勿使有俄頃閑度)- 《근사록(近思錄)》 중에서일정한 일이 없이 놀고먹는 사람을 흔히 ‘한량(閑良)’이라고 말한다. 조선 초기의 한량은 본래 관직을 가졌다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에는 벼슬도 하지 못하고 특별한 직업도 없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조선시대 양인 이상의 특수 신분층이었기에 가난한 사람은 아니었다.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세금이나 각종 의무에서도 벗어나 있었으며 경제적으로도
고전산책
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11.30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