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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와 과부, 늙은이와 고아부터…환과독고(鰥寡獨孤)- 《맹자(孟子)》 중에서춘추시대의 학자 공자(孔子)가 인(仁)을 강조했다면 전국시대의 학자 맹자(孟子)는 의(義)를 내세웠다. 그렇다고 공자의 인(仁)을 부정하거나 비판한 것은 아니다. 인(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의(義)라고 주장하며 공자의 사상을 보강했다.천지자연과 소통하고 그 이치에 순응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인(仁)이라면 의(義)는 이러한 인(仁)을 인간사회 속에서 실현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뜻한다.요즘 우리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설명한다면 민생을 우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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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4.04.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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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늘 같으면서도 매번 다르다군자이동이이(君子以同而異)- 《주역(周易)》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그를 등용하는 것은 임금이 갖춰야할 첫 번째 능력이다. 특히 유가(儒家)에서는 임금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게 아니라 능력이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그들로 하여금 정치를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기에 더욱 그러하다.이러한 개념은 현대의 정치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통한다. 우리나라의 헌법 1조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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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4.03.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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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논어(論語)》 중에서잘못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판단이다. 잘못을 하고서도 그것이 잘못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개선도 없기 때문이다.마치 손가락을 다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이 없으니 치료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주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어. 계속 이렇게 놓아두면 안 돼”라고 조언해줘도 “괜찮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대충 피를 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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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4.01.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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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무리 중에 우두머리가 없다면 길(吉)하다군룡무수길(群龍無首吉)- 《주역(周易)》 중에서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이다. ‘갑진년’이라고 했을 때 갑(甲)은 간(干)이고 진(辰)은 지(支)다. 동양에서는 10개의 간(干)과 12개의 지(支)가 서로 어우러지며 그 해의 이름으로 정해진다. 10개의 간(干)은 하늘의 움직임을 뜻하고 12개의 지(支)는 땅의 움직임이다. 하늘과 땅이 짝을 지어 이름이 지어진다는 뜻이다.간(干)이 10개인 이유는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성이 수성(水), 금성(金), 화성(火), 목성(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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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12.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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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도 한가하게 보내지 말라물사유아경한도(勿使有俄頃閑度)- 《근사록(近思錄)》 중에서일정한 일이 없이 놀고먹는 사람을 흔히 ‘한량(閑良)’이라고 말한다. 조선 초기의 한량은 본래 관직을 가졌다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에는 벼슬도 하지 못하고 특별한 직업도 없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조선시대 양인 이상의 특수 신분층이었기에 가난한 사람은 아니었다.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세금이나 각종 의무에서도 벗어나 있었으며 경제적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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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11.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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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은 똑같은 하나의 달인데,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네소견동일월 인정자수시(所見同一月 人情自殊視)- 〈지봉선생집(芝峯先生集)〉 중에서사람은 동물들 중에서도 특히 시각에 의존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문자의 이용은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무엇인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 의존은 왜곡과 오해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눈으로 감지한 이미지는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어 뇌에 전달된다. 전기적 자극을 전달받은 뇌는 그 이전에 입력되었던 이미지 중에 가장 근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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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11.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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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도(道)’가 사라지면 망하는 것이다국무차도 즉국필망(國無此道 則國必亡)- 〈기일본정부(寄日本政府)〉 중에서“국가에 충성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이 본디 지니고 태어난 ‘성(性)’이며 신의를 지키고 올바름을 실천하는 것이 ‘도(道)’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성(性)’을 잃으면 죽는 것이며 국가에 ‘도(道)’가 사라지면 망하는 것이다(國無此道 則國必亡).”이 글은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1833~1906)이 1906년, 태인의 무성서원에서 의병(義兵)을 일으킨 뒤 왜국공관에 보낸 〈기일본정부(寄日本政府)〉의 맨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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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9.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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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인재를 길러 만민에게 혜택이 미치도록 한다양현이급만민(養賢以及萬民)- 《주역(周易)》 중에서 《성학집요(聖學輯要)》는 1575년 율곡 이이가 선조에게 학문의 바른 길을 안내해주기 위해 올린 책이다. 《성학집요》는 직접 왕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흔치 않은 형식의 책인데, 선조가 좀 더 철두철미하게 개혁을 시행할 수 있는 군주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들어있다.이 책은 크게 5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 제4편인 위정(爲政)이 바른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정치 이야기 중에 가장 앞머리에 나오는 게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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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8.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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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왕이 이익을 먼저 말하는가왕하필왈리(王何必曰利)- 《맹자(孟子)》 중에서권력을 지닌 사람은 이익을 얻기 쉬운 위치에 놓인다. 이미 권력을 지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권력자가 대놓고 이익을 취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비판하기가 쉽지 않다.‘올바름’을 뜻하는 한자 ‘의(義)’는 ‘양(羊)’을 뜻하는 글자와 ‘도끼(斧)’를 뜻하는 글자가 결합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양 앞에 도끼를 들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권력자를 뜻한다.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양을 올린다. 제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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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7.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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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는 아들을 감싸주고 아들은 아비를 감싸준다부위자은 자위부은(父爲子隱 子爲父隱)- 《논어(論語)》 중에서 누가 정직한 사람인가아들이 죄를 지었을 때, 아버지가 그것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반대로 아버지가 죄를 지었고 그 아들이 이를 알게 되었을 경우도 마찬가지 질문이 존재할 수 있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논어(論語)》에 등장한다.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섭공(葉公)이 공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동네에 아주 정직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이를 관아에 신고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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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6.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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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다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논어(論語)》 중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법치주의(法治主義)’는 법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중국 노(魯)나라의 정치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물었다. “도리에 어긋난 사람을 죽여 세상을 바로잡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공자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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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5.2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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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가장 존귀하고, 나라는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장 가볍다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맹자(孟子)》 중에서“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상(商)나라의 ‘주왕(紂王)’은 왜 모든 것을 잃게 되었는가. 백성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백성의 마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며,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백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으면 된다.”지금 들으면 매우 당연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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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4.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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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가지와 잎사귀가 서로 면밀하게 연결되어 있구나자근본지지엽 개시일관(自根本至枝葉 皆是一貫)- 《근사록(近思錄)》 중에서 매년 4월 5일은 식목일(植木日)이다.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 때는 1949년이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당시 정부는 ‘양력 1949년 4월 5일을 음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문무왕이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로부터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완수한 677년 2월 25일에 해당되는 날’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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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3.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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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큰 것은 그 끝이 없다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태극도설(太極圖說)》 중에서3월이 되면 태극기(太極旗)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3·1운동에 참여한 민중들이 흔들던 태극기 때문이다.나라를 대표하는 국기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철학적 의미가 깊은 것들은 별로 많지 않다. 일본의 국기는 태양이 그려진 모습이고 중국과 미국의 국기는 별 모양이 끝이다. 캐나다 국기는 단풍잎이며 독일과 프랑스의 국기는 색깔만 구분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는 매우 철학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중앙에 태극(太極) 문양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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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2.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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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연구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논어(論語)》 중에서유가(儒家)에서 사용하는 ‘새롭다’는 의미는 외부의 그 무엇을 일컫는 게 아니다. 내 마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중국 상나라의 탕왕(湯王)이 세숫대야에 새겨놓았다는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글귀, ‘매일 새롭게’라는 것의 의미는 세상을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137억년 전에 이루어진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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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3.01.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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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죽는 것이다哀莫大於心死(애막대어심사) - 《남명집(南冥集)》 중에서유가(儒家)의 사상은 많은 도전과 위기를 겪으며 발전해온 사상이다. 진나라(BC 221∼BC 206) 시절,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유가는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유가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지식인들의 노력은 이처럼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유가의 사상을 한나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1차 고비를 넘겼다는 뜻이다.2차 고비는 한나라 시절에 왔다. 한나라는 전한(BC 202 ~ AD 8)과 후한(AD 25 ~ AD 220)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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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2.1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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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바른 이치를 드러내는 도구다道者治之本 法者治之具(도자치지본 법자치지구)- 《성학집요(聖學輯要)》 중에서법(法)보다 앞서는 것유가(儒家)는 법률의 집행과 형벌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법률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집행에 있어 각 사안마다 세심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법의 집행에 앞서 그 법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을 생각하라고 말한다.“계강자(季康子)가 정치에 대해 공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했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죽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들은 공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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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2.10.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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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배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눌 수 없다不學詩無以言(불학시무이언)유가(儒家)에서는 ‘오덕(五德)’이라 일컬어지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인(仁)’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이다. ‘의(義)’는 올바름이고 마땅함이다. ‘예(禮)’는 질서와 법칙이다. ‘지(智)’는 서로 소통하여 아는 것이다. ‘신(信)’은 앞서 설명한 것들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힘이다.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타인과 교류하거나 공적으로 타국과 관계를 맺는 상황에 대입하는 것이 바로 ‘예(禮)’다.“나는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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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2.09.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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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도모하는 것은 일을 망치는 것이다助之長者 揠苗者也(조지장자 알묘자야)《맹자(孟子)》 중에서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험한 물살이 굽이치는 폭포와 계곡을 만나게 되었다. 어찌나 물살이 거센지 큰 거북이나 악어는 물론 물고기와 자라들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급류에서 한 사내가 헤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자는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게 아닌지 걱정되어 제자들과 함께 그를 건져 올리기 위해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에서 걸어 나와 어슬렁거리며 노래를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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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2.08.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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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自勝者强(자승자강)《도덕경(道德經)》 중에서우리 주변의 환경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빙글빙글 돌며 우주를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화와 균형은 잃지 않는다. 그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무시하고 변화를 거부한다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 된다.사람들은 흔히 공자가 ‘인(仁)’을 강조했다고 말하며 마음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기도 하지만 그 마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고 가슴에 품고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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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문학평론가
2022.07.29 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