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은 충청북도4-H연합회 사업국장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는

농촌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농업인입니다

 

안재은 충청북도4-H연합회 사업국장

나는 청주시 문의면 마동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인으로는 정말 특이하게도 내 밭은 마을에 계신 목사님 밭을 임대받아서 활동하고 있다. 이장님과 자두농사 짓는 청년이라고 소개를 하기도 한다. 이장님과 인연은 4년 전이다. 그 당시에는 농사지을 생각은 없었고, 농촌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청년들을 모집해서 내가 사는 농촌의 평화로움과 자연의 모습을 알리고 있었다. 처음에 1박 2일 동안 농촌에서 밥을 해먹는 프로그램을 ‘삼시세끼’라는 이름으로 했고, 마동리 이장님을 만나고 2박 3일로 늘리면서 13끼를 해먹자라는 포부로 ‘시골에서 13끼 먹기 프로젝트, 십세끼’라는 이름을 호기롭게 지었다. 반응은 좋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겨울이면 마동리 이장님댁을 베이스 캠프로 고구마도 구워먹고, 연도 날리고, 두부도 해먹으면서 겨울에 쉬고 계신 이장님 부부를 괴롭혔다.

요즘 연예인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부캐’(부캐릭터)를 농사짓는 나도 가지고 있다. 내 이름은 안재은, 마동리 어르신들은 “떡국아~”라고 부르신다. 그렇다 내 이름은 안떡국이다. 떡국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도 마동리에서 매년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십세끼’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청년들과 마을회관에서 떡국을 끓이고 어르신들과 함께 나눠먹어서 어르신들은 나를 그냥 떡국이라고 부르신다.

마동리는 20가구에 40명 남짓, 그리고 평균연령은 75세인 고령 마을이다. 어찌보면 대한민국 농촌이 두려워하고 있는 인구소멸 마을의 상위권에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가 80만인 청주시에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에 고령화와 인구소멸에 대한 뚜렷한 정책지원은 없다고 본다. 나는 이런 현실이 참 아이러니해서 농업인으로서, 그리고 청년으로서 더 활발히 활동을 한다. 우리 마을에 문제점은 ‘5년 뒤에는 사라질 마을’ 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이 오지마을에서 머물다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마동리를 브랜딩한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마치 실험실처럼 농촌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장님 자두를 가지고 시작했다.

안재은 회원(사진 왼쪽)과 마동리 이장님 부부.
안재은 회원(사진 왼쪽)과 마동리 이장님 부부.

이장님은 마동리에서 자두농사를 지으신 지 18년이 된 베테랑 농부이다. 충북에서는 자두 선도농가여서 나도 배울 게 참 많았다. 내가 서울에 잠깐 근무를 하다가 퇴사를 한 해에는 이장님께 찾아가 “후계자가 되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하고 이장님이 농사짓는 가을자두 ‘추희’로 아이템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탄생하게 된 나의 첫 농촌 콘텐츠, ‘농산물이 부록인 잡지, 계간지촌’.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를 했고, 1년간 이장님 부부를 따라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기록하며 자두가 자라는 과정과 농부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년에는 정부지원사업으로 ‘촌스런 콘서트’를 열었다. 촌스러운 콘서트는 이장님 자두농장에 수확 체험하러 온 체험객에게 자두뿐 아니라 마동리의 자연환경과 시골주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농상생 콘서트다. 원래는 야외무대를 준비했는데 태풍이 와서 의도치 않게 ‘하우스 콘서트’가 되어 버렸다. 이장님의 농기구 창고인 비닐하우스에서 콘서트가 진행된 것이다. 그날 비바람이 많이 몰아치는 날이었는데 90명 가까이 참석을 해주셔서 성공적인 하우스 콘서트가 되었다.

태풍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하우스 콘서트'가 되버린 촌스런 콘서트 모습.
태풍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하우스 콘서트'가 되버린 촌스런 콘서트 모습.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1년 넘게 라디오 출연을 하고 있다. MBC충북의 라디오 ‘임규호의 저녁N’의 수요일 코너 ‘청년농업인 안재은의 농사는 처음이지’에서 처음에는 농사이야기를 했다가 마동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에 영감을 얻으신 PD님과 올해 초 함께 기획을 해서 ‘오지마을 영농시트콤, 촌스런 떡국씨’를 제작하고 있다. ‘촌스런 떡국씨’는 마동리 안에서 떡국이와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농촌의 사회 이슈를 주제로 풀어내는 유튜브이다. 지난주 업로드된 영상은 ‘마동리의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담았다.

떡국이의 마동리 Culture는 계속되고 있다. Culture는 ‘재배하다’가 어원인데 농산물을 재배하고, 농촌의 콘텐츠를 재배하고, 마동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마동리를 Culture 합니다’라는 말을 쓰고 있다. 올해 마동리의 Culture는 ‘벌교읍 마동리와 자매결연’이 진행되었고, ‘마동화책만들기’, ‘마동리 전시장’, ‘떡국이와 조태분 할머니와 들깨 공동경작’ 등 많은 기획들을 계획하고 있다. 떡국이의 앞으로의 꿈은 안떡국 혼자 기획하는 마동리가 아닌 다양한 떡국이들이 농사를 지으며 함께 기획하는 마동리가 오길 바라고 있다.

내가 꿈을 간절히 바랬는지 문의면에서 양봉하고,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과 함께 기획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와 같다는 주변의 의견에 ‘유s비’, ‘조관우’, ‘중장비’로 이름을 바꾸어서 삼국지가 아닌 ‘문국지’로 문의면의 문화, 그리고 마동리를 기획하고 있다. 문국지를 시작으로 많은 청년들이 우리의 모습을 따라하길 바라면서 지난주에는 문의면에 있는 ‘도원식당’에서 ‘도원결의’를 하기도 했다.

청년, 그리고 농업인. 농촌에서 살기 힘들고, 갈수록 농사짓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시골마을에서 행복을 조금씩 느끼고, 나누며 산다면 청년농업인을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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